​아이와 함께 자라는 엄마, 이애실



아이와 함께 자라는 엄마, 이애실


who

이애실, 38세. 리틀홈 닉네임 하하맘으로 두 아들과 전국을 돌며 열심히 노는 일상을 공유하고 있다. 결혼전에는 유명 커피 프랜차이즈에서 7년을 바리스타로 일하며 커피만을 바라보며 살았다. 바쁜 매장을 돌며 주말도 없는 점장으로 살던 시절엔 여행의 즐거움 같은걸 느껴본 적도 없었다. 하지만 시간만 나면 전국의 산과 강으로 이끌어 내던 남자와 연애를 시작하면서 평생 모르고 살았던 새로운 즐거움과 기대가 깨어났다. 이 남자와의 결혼을 마음먹고 웨딩촬영대신 웨딩전야제라는 이름으로 도쿄 카페투어를 떠나던 무렵엔 이미 여행과 뗄레야 뗄 수 없는 삶을 살게 되었다. 그리고 아이를 키우고 있는 지금까지 그 삶을 변함없이 이어가는 중이다.





내 사랑 커피 그리고 남편

이십대 초반,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이 막 생겨나던 시기였어요. 커피맛에 반해서 다양한 원두의 맛을 배워보고 싶어 일단 아르바이트를 시작했지요. 영업이 끝나면 알바생들이 먹고 싶은 음료를 한잔씩 주는데, 매일 원두와 시럽, 파우더, 우유 등을 바꿔가며 다양한 음료를 경험해보았어요. 그렇게 일년의 시간을 보낸 후 운좋게 콩다방의 정식 직원으로 채용되었지요. 그리고는 7년동안 정말 커피만 생각하며 살았어요. 제가 도곡점 점장으로 있을때 지금의 남편을 만났어요. 커피라고는 믹스밖에 모르던 사람이었는데 제가 하나하나 커피 맛을 가르쳤어요. 그리고 그사람도 커피를 좋아하게 되었죠.


저희 남편은 여행을 정말 좋아해요. 결혼전에도 그랬지만, 지금도 나들이 계획을 세우는 것은 남편이에요. 리틀홈도 나들이 정보를 검색하던 남편이 먼저 알고 좋은 정보가 많은 곳이라며 소개해준거에요. 저희 아이들은 아빠가 주말에 소파에 누워 TV를 보고 있는 모습을 한번도 본 적이 없어요. 주말마다 무엇을 할지 미리 정해놓고, 주일 예배를 마치고 난 후 바로 출발해요. 항상 남편이 주도적으로 움직여주니 저는 다른부분을 더 챙길 수 있고, 모든 것이 수월해지죠.




저로 인해 남편은 커피를, 저는 남편으로 인해 여행의 참 맛을 알게되었잖아요. 그래서 새로운 곳에 갈때면 빠짐없이 카페를 들르는 것이 저희 가족만의 여행법이 되었네요. 카페를 찾아다니면서 우리의 노후를 그려보기도 해요. 아이들과 함께 들러도 편한 공간, 그러면서도 한결같이 맛있는 커피를 내어주는 그런 카페를 운영하는 것이 저희의 꿈이에요.



나를 자라게하는 하랑과 하늘

첫째는 손이 많이 가지 않는 아이였어요. 잘먹고, 잘자고, 잘놀아서 대중교통으로도 둘이서 얼마든지 놀러다닐수가 있었지요. 그런데 둘째는 전혀 다른 아이였어요. 모든 것이 처음하는 것처럼 얼마나 새롭고 힘들었는지 백일이 될때까지 제가 큰애에게 전혀 신경을 못 쓸 정도였으니까요. 아이가 둘이되니 이제는 도저히 전처럼 걸어서는 다닐수가 없겠다 싶었어요. 그래서 큰아이 어린이집 보내고, 둘째도 잠깐 맡겨놓고 운전면허를 따러다녔어요. 아이들이 아니었다면 시도하지 않았을 일이었죠.




면허를 따서 운전을 할 수 있게되니 할 수 있는 일이 많아지더라구요. 운전해서 가장 처음 간 곳은 집에서 멀지 않은 수원시립미술관이었어요. 둘째는 유모차에 재워놓고, 큰 아이와 여유롭게 전시를 보며 시간을 보내는데 애엄마가 되었다고 내가 못할건 없구나 너무 뿌듯하고 행복했어요.


하랑이가 5살때부터 우연히 보게 된 한자에 관심을 갖더라고요. 한글을 배우면서 부터는 한자의 조합에도 관심을 갖게 되고요. 아이가 관심을 갖고 하고자 하는 일이니 엄마도 같이 배워야 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아이들이 유치원, 어린이집에 간 시간을 이용해 저는 중국어를 배우기 시작했어요. 아이 덕분에 시작해서 몇년째 꾸준히 한 덕분에 지금은 중국어 자격시험을 치를 정도가 되었네요. 하랑이는 한자를 지금까지도 좋아하고, 엄마가 공부하는 중국어에도 흥미를 보이고 있어요. 아이가 좋아하는 것을 엄마도 새로운 도전의 계기로 삼을 수 있어요. 아이들과 함께 저도 계속 자라는거죠.




잘노는 엄마의 노하우


리틀홈 엄마들은 다 공감하실텐데 주변에서 ‘어쩜 그렇게 자주 놀러다니냐’ ‘힘들지않냐’ ‘대단하다’는 말을 수없이 듣죠. 하지만 막상해보면 아이들의 힘과 체력이 나날이 좋아져서 집에 있는 것보다 나가서 노는 것이 훨씬 더 수월해요. 그래서 주위 엄마들에게 같이 가자고 권유도 많이 하는데 선뜻 마음먹지 못하는 분들을 보면 안타까워요.


제가 살펴본 바로는 아이와의 바깥나들이를 어려워하시는 분들은 주변의 시선을 너무 의식하셔서 인것 같더라고요. 아이들이 공공장소에서 에티켓을 지키는 것은 당연히 필요하지만, 지나치게 행동을 제지하려하는 것과는 구별해야해요. 아이가 힘들까봐, 또는 문제를 일으킬까봐 염려해서 엄마가 모든 것을 다 해주려하면 금방 지칠 수밖에 없어요. 아이들은 스스로 탐구하고 경험하면서 규칙과 안전을 지킬 수 있어요. 아이를 믿고 맡겨주는 것이 필요해요.




저는 혼자 두 아이를 데리고 나갈때 큰 아이에게 먼저 이야기해요. 엄마는 운전도 해야하고 챙겨야 할일이 많으니 엄마와 동생을 도울 수 있는 건 돕고, 스스로 할 수 있는 건 해달라고요. 아이들은 기꺼이 엄마를 도울 마음을 가지고 있어요. 엄마가 믿어준다고 생각하니 책임감을 갖고 더 잘하지요. 아이들과 짐을 나눠지면 엄마 혼자라고 해도 못할 것이 없어요.



잘 노는 아이의 힘


하랑이는 원래 걷는 것을 별로 안좋아해요. 그래서 나들이 동선을 짤때도 걷는 코스가 30분 이상이 되지 않도록 신경을 쓰곤 했어요. 그런데 이번 겨울 평창 여행을 갔는데 눈이 많이 쌓인 전나무숲길 산책로를 따라 아이들이 한시간도 넘게 산을 오르는거에요. 그 후로는 산이나 계곡 이야기를 계속해서 얼마전 아빠랑 단둘이 남한산성을 갔는데, 평탄한 등산로를 뒤로하고 든든한 나뭇가지 하나 집어들더니 끝도 없이 얼음 계곡을 오르더래요. 지나는 어른들이 걸음을 멈추고 쳐다볼 정도로 험한 길이었는데 힘든기색도 없이 나무 사이에 숨어있는 딱따구리도 찾아내고, 먹이를 찾아 헤매는 청설모도 만나면서 세시간을 넘게요. 결국 아빠가 화장실이 급하다고 사정을 해서 돌아내려왔는데, 그렇지 않았다면 얼마를 더 갔을지 몰라요.



아이들은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할때 엄청난 에너지를 내요. 특히 자연과 만날때 더 큰 힘이 나오더라고요. 매서운 바람이 부는 겨울바다에서도 암모나이트를 찾겠다며 한시간이 넘게 모래사장에서 꽁꽁 언 모래를 해치며 놀아요. 그렇게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자신의 능력을 넘어서며 자라는 거에요. 그래서 저는 아이들은 밖에서 자연과 함께 놀아야 한다고 믿어요.



엄마는 기쁨, 슬픔, 즐거움, 아픔

첫째 때는 모든 것이 서툴러서 아이가 예쁜 것도 모르고 키웠어요. 둘째는 너무 힘들었지만, 그 덕에 첫째때 경험하지 못했던 감정들과 예쁨을 느낄 수 있었죠. 아이들은 생각보다 금방 자라더라고요. 아이들은 그저 크는대로 커갈 뿐인데 벌써 너무 아쉽고 그리워요. 그래서 우리가 아이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이 시간을 정말 감사히 여기고 열심히 즐겨야 한다고 종종 남편과 다짐하듯 이야기해요. 언젠가는 아이들이 저희의 품을 떠나겠지만, 지금 우리가 함께했던 시간을 통해 아이들이 어디에 있던지 엄마, 아빠가 함께하고 응원할거라는 확신을 심어주고 싶어요.



아이들에게 저는 희노애락같은 엄마이고 싶어요. 모든 감정과 경험을 함께하는 엄마요. 저도 남편도 아이들에게 감정표현이 솔직한 편인데 어른인 엄마,아빠도 이런 감정을 느끼는구나 커갈수록 이해하고 반응도 하더라고요. 기쁨과 즐거움 뿐 아니라 슬픔과 아픔까지 공유하는 솔직하고 따뜻한 엄마, 아빠가 될 수 있으면 좋겠어요.



어느날 갑자기 엄마가 된다. 이 작은 아이는 도대체 언제 자라려나 까마득하게만 느껴지는 시기를 하루하루 지나다보면 아이들은 어김없이 자란다. 그리고 그 시간동안 엄마도 자란다. 예전의 모습, 자리, 꿈과는 크게 달라진 모습일지는 몰라도 분명한 것은 엄마가 되었다고 해서 결코 나로서의 성장이 멈추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아이들로 인해, 가족이 함께 하기에 더 도전하고 꿈꿀 수 있다는 애실님의 이야기를 듣다보니 다음 인터뷰는 중국어에 능통한 주인이 맛있는 커피를 내려주는, 아이들도 환영받는 따뜻한 카페에서 할 수 있을 것만 같은 기대가 든다.


글,사진 이나연

사진제공 이애실



​​하하맘이 추천하는 '온 가족이 만족한 나들이 장소'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