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성조엄마입니다


Who

김현주 35세. 그녀의 이름은 몰라도 ‘성조엄마’를 모르는 사람은 없다.

노는데 일가견이 있는 리틀홈 에디터들 사이에서도 ‘대단히 잘논다’고 평가받는 에디터 중의 에디터. 리틀홈 직원이 아니냐는 질문을 받을 정도로 힘들게 찾은 정보를 공유하는 일에도 열심인 열혈 엄마. 하루를 열심히 뛰어놀고도 밤마다 새로운 놀이터를 찾기 위해 끝없는 검색을 하는 것이 즐겁고, 리뷰를 더 잘 쓰기 위해 독서까지 열심히 해야겠다는 그녀와의 인터뷰는 시작부터 힘이 넘친다.



체력 + 열정 + 여유 + 정보


제가 성동구에 살고 있어서 오래전부터 성중맘(성동구중구엄마들모임) 카페에 아이와 놀러갈만한 곳을 소개하는 글을 지속적으로 올리고 있었어요. 아이와 놀러갈 정보를 찾다 우연히 리틀홈을 알게 되고 에디터로까지 활동하게 되었네요.

저는 전업주부이기 때문에 남편한테 살림 잘한다고 칭찬받는게 유일한데 성중맘이나 리틀홈 활동을 하면서 제가 좋아하는 일로 다른 분들에게 도움도 되고 인정을 받는 기분이라 너무 즐거워요. 하지만 한편으론 부담도 돼요.

특히 리틀홈은 전국에서 제 리뷰를 보신다는 생각에 사진을 고를때도 더 심사숙고하고, 글도 정확하게 쓰기 위해 더 공부하게돼요. 저는 어딜가든 다 좋고 매사에 쉽게 만족하는 편이라 제 글을 보고 가셨다가 실망하진 않을까 많이 걱정되요. 그래서 꼭 같이 간 사람들에게도 의견을 묻고 별로라고 느낄 만한 부분을 자세히 언급하려고 노력해요.




성조야 놀자


성조와의 놀이는 임신중일때부터 시작했어요. 아이에게 좋을 거라는 생각에 매일매일 태교를 위한 외출을 했거든요. 미술, 영어, 퀼트, 베이킹, 요가 등을 배우느라 아이를 낳는 날까지 스케줄이 꽉 차 있었어요. 집에서는 태교동화도 열심히 읽고, 태교 음악도 클래식, 국악, 동요 가리지 않고 다 들었고요.


성조는 41주에 4.3kg으로 크게 태어났어요. 한달쯤 되니 백일은 된 아이같아서 그때부터 데리고 다녀도 되겠다 싶더라고요. 어디라도 나가고 싶은 마음에 문화센터의 베이비마사지부터 시작해서 집에서 가까운 서울숲, 동물원 등 가까운 곳부터 많이 찾아다녔어요. 오감발달이 중요하다고 해서 집에서는 뻥튀기, 밀가루, 국수 같은것들을 가지고 놀게 해줬어요.



돌 즈음부터 본격적인 체험을 하기 시작했는데 24개월 미만은 무료인 곳이 많아서 갈 수 있는 곳은 거의 다 갔던것 같아요. 아이가 좋아했던 체험전은 지금도 매년 다시 가는데 그때마다 아이가 성장한것이 느껴져요. 다섯살쯤되니 같은 체험도 훨씬 잘 이해하며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더라고요. 그걸 보면서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한테 내가 너무 빨리 시켰던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좀 들었어요.


그래서 주변에 누군가 물어보면 돈을 내고 하는 체험의 경우 5살 정도부터 해줘도 좋을것 같다고 얘기해요. 그보다 어릴때는 굳이 돈을 내며 체험을 가지 않아도 엄마가 집에서 해줄 수 있는 것들도 많으니까요.


그래도 공연이나 영화를 어려서부터 많이 보여줬던건 정말 잘한 일인것 같아요. 성조는 성격이 급해서 다른 체험장에 가면 순서도 지키지 않고 이리저리 옮겨다닐 정도인데 공연장에 가면 스스로 유아방석 챙겨서 좌석에 올려놓고 공연이 시작되길 가만히 기다려요. 공연도 굉장히 집중해서 매너있게 관람하는데 많은 경험이 그렇게 만든것 같아요.




만능 체육인 성조


성조가 3살때 지금 다니는 체능단 건물에 있는 문화센터를 다녔어요. 그때 만났던 체능단 아이들이 너무 밝았고 선생님과 같이 운동하는 모습이 참 보기 좋았어요. 그래서 꼭 체능단을 보내고 싶어 지원했는데 운좋게 당첨이 되어서 2년째 잘 다니고 있어요.

체능단은 매일 수영을 하고 1시간씩 주 4회 체육수업을 해요. 공개수업 때 가보니 어른이 하기에도 힘든 해병대 훈련같은 체력훈련을 아이들이 다 해내더라고요. 체력이 약한 아이들은 체력이 길러지고, 성조같이 체력이 좋은 아이들은 에너지를 발산할 수 있어요. 하지만 수영을 싫어하는 아이는 매일이 지옥이에요.


6살 성조네반은 지금 보조장비 없이 깊은 물에서 배영을 하는데 자칫 물에 빠지거나 해서 트라우마가 생기는 아이도 있어요. 수영선생님들은 유아교육을 전공한 게 아니라 아이들을 세세하게 케어하는게 부족하고 물은 위험하니까 아이들을 통솔하기 위해 엄격하게 하시는데 그런걸 싫어하는 엄마들도 있고요. 체능단을 보낸다면 아이가 얼마나 잘 하고 있는지 엄마가 챙겨줄 수 있어야 해요.


체능단도 일반 유치원처럼 블럭이나 숫자, 영어 같은 수업들이 있어요. 성조는 방과후에도 영어는 하고싶지 않다해서 축구와 태권도를 하고 있지만요. 국기원에 가서 태권도 공연을 보고 왔는데 그게 동기부여가 되서 자기도 꼭 국기원에 가서 품띠를 따겠다고 열심이에요.


성조는 원래 편도가 크게 태어나서 피곤하면 열이 나고 아파야 하는 아이에요. 그런데 이제껏 영양제 한번 먹지 않았는데도 그 흔한 수족구나 장염도 안걸릴 정도로 건강해요. 아이가 아프면 지금처럼 못놀았을텐데 성조에게 너무 고마워요. 매일 뛰어노니 아무래도 체력소모가 많긴 해서 한달에 한번 정도 이른 저녁부터 아침까지 열여섯 시간씩 내리자요. 그렇게 피로를 풀고 또 열심히 뛰어놀죠.




도전할줄 아는 용기


저는 식당을 가도 매번 새로운 메뉴를 먹어보려하는 편이에요. 남 앞에 서는 것도 겁내지 않는 성격이고요. 성조도 저를 닮아서인지 낯선것에 대한 두려움이 없어요. 롯데월드에 갔다가 개구장이 역할에 잘 어울리겠다며 길거리 캐스팅을 받은적이 있어요. 광고 출연을 앞두고 오디션을 보는데 처음보는 사람들과 카메라가 가득 있는데도 아이가 아무런 두려움 없이 그 앞에 서더라고요. 자기가 원하는 일에 겁없이 도전하는 것을 보는데 굉장히 뿌듯했어요.


저는 아이가 좋아하는 것뿐만 아니라 아이가 한번도 접해보지 않은 새로운 것을 경험하게 해주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해요. 고맙게도 성조가 즐겁게 잘 따라와줘요. 체능단에서 운동을 원없이 하고 있긴 하지만 아이스하키, 볼링, 골프 등 새로운 운동들도 계속 찾아서 해보고 있어요. 수학, 과학 쪽에도 관심이 많아서 그런 체험이나 수업들도 눈여겨 보고 있고 아이 성향에 맞는 미술수업도 시켜보고 싶어요. 낯선 일에 도전하는 과정 속에서 부모는 아이의 새로운 면을 발견할 수 있고 아이 스스로도 느끼는게 많아요.




외동아이를 키운다는 것

저는 아이에 대해 아무런 걱정이 없어서 아이 키우는게 너무 행복하고 재미있어요. 다만 한가지 어려운 과제라 느껴지는 것이 성조와 친구들과의 관계에요. 외동인 아이들은 어쩔 수 없이 편견에 부딪혀요. 제가 외동을 선택했는데 그것 때문에 ‘쟤는 외동이라 그래’ 라는 말을 듣는 것이 싫어요.


저는 성조랑 둘이서만 놀러다니는것이 가장 편하고 재미있어요. 성조도 아직까진 친구들보다 엄마랑 같이 있는걸 좋아하고요. 하지만 매주 목요일마다 체능단을 함께 다니는 친구들과 꼭 함께 모여 놀아요. 엄마들까지 스무명이 넘는 대그룹인데 성조가 사회생활을 해가면서 만나게 될 상황들을 부딪혀 연습 시키고 싶었거든요. 성조가 처음엔 자기랑 의견이 다른 친구를 만나면 전혀 이해도 못하고 소리를 지르며 화를 냈어요. 하지만 2년쯤 모임을 지속하니 조금씩 문제상황을 받아들이는 태도가 달라지더라고요. 예전에는 무조건 엄마한테 일렀었는데 자기들끼리 이야기해서 해결하는 경우도 많아졌어요.


리틀홈뿐 아니라 성중맘 카페에도 아이 사진을 많이 올리기 때문에 간혹 성조를 알아보시는 분들이 있어요. 예전에도 인성교육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지만 엄마가 없을때도 다른 아이들을 배려할 수 있도록 더 잘가르치려 노력해요.




열정적인 엄마, 지혜로운 아내

아이를 재워놓고 밤마다 인터넷 검색을 시작해요. ‘어린이 체험’ 같은 검색어로 시작해서 파고 파고 따라 들어가다보면 하나씩 특별한게 걸려요. 일주일에 두 번 정도는 유치원을 빠지고 아이와 놀러가요. 평일에 한번 나가면 하루에 세군데 정도를 돌고오죠. 어딜 가기로 정하면 가는길에 다른건 또 어떤게 있는지, 연계된 활동은 뭐가 있는지 찾아보고 계획하는것이 너무 재미있어요.


그런데 저희 남편은 저랑 정반대에요. 갑자기 즉흥적으로 ‘바다보러 가자’하고는 아무 정보도 없이 나가서 딱 바다만 보고 와요. 저는 그런게 너무 싫지만 그래도 남편에게 맞춰줘요. 남편이 평일에도 일이 많아서 주말엔 집에서 쉬고 싶어할때가 많아서 토, 일 중 하루는 남편 아침밥 차려주고 성조랑 둘이만 나와요. 그러면 저는 원하는대로 놀 수 있어서 좋고, 남편은 온전히 쉴 수 있어서 좋더라고요. 남은 주말 하루는 또 온 가족이 함께 보내고요. 나이가 들수록 남편도 변하더라고요. 술 약속도 적어지고 가족과 함께하려고 노력해요.


원래 기다리는거 잘 안하는 사람인데 아들이랑 놀이기구 타려고 한시간도 기다리더라고요. 아이가 자랄 수록 깊은 대화가 가능해지고, 또 함께 운동도 할 수 있어서 좋아해요. 아이때문에 어쩔 수 없이 뛰는게 너무 힘들지만 그 덕에 엄마 아빠도 운동할 수 있고 건강해지니 참 좋은것 같아요.


성조는 엄마랑 다니면 힘들다 안아달라 절대 안해요. 엄마가 안해줄 걸 아니까요. 그런데 아빠랑 다니면 자꾸 안아달라해요. 남편은 아이랑 있는 시간이 적고, 또 너무 예쁘니 잠깐이라도 안아주고 싶어해요. 남편이 종종 그런 얘기를 해요. 남자아이들은 언제든 부모와 거리를 둘 수 있으니까 할 수 있을때 많이 안아주고 이야기도 많이 하자고요.


저는 전업주부이고 아이랑 함께 다니는 지금이 너무 행복하기 때문에 아이가 다 커서 엄마와 떨어지려 하면 상실감이 너무 클것 같아요. 그때 우울해지지 않게 지금부터 마음의 준비를 해야한다고 생각해요. 내가 좋아하는 일, 취미가 꼭 있어야 할것 같아요.




둘만의 첫 해외여행


정말 많은 곳을 다녔지만 가장 기억에 남아있는 곳은 성조가 다섯살 때 단 둘이 갔던 싱가폴이에요. 4박 6일 일정이었는데 그 전까진 해외여행을 가면 가이드가 있거나 영어를 잘하는 남편이 다 해줬었거든요. 그런데 저 혼자 영어도 못하면서 캐리어에 유모차에 배낭을 매고 아이까지 데리고 다니는데도 하나도 안힘들었어요. 다녀오니 3kg이 빠졌더라고요. 싱가폴에 대해서 공부하면서 계획을 짜던 시간도 너무 재미있었고, 혼자 힘으로 낯선 곳을 다녀왔다는게 너무 뿌듯했어요. 영어에 대한 두려움도 없어졌어요. 가보니 어떻게든 말이 통하더라고요.

여행을 마치고 오니 남편이 병원에 입원을 해 있더라고요. 집에 아무도 없어서 119를 불러서 갔다는데 여행중인 제가 걱정할까봐 연락도 안했더라고요. 공항에서 병원으로 바로 뛰었는데 큰병은 아니었지만 꿋꿋이 견뎌준 남편에게 정말 고마웠어요.

한번 여행을 해보니 용기가 생겨서 꼭 또 가고 싶어요. 호주나 덴마크의 레고랜드로요.




좋은 엄마에 대한 오해와 부담


카페 활동을 하면서 보니 아이랑 어떻게 놀아야 할지 정보를 구하는것 부터 어려워하는 분들이 참 많더라고요. 제가 아이랑 많이 다니고 글을 올리니까 많은 분들이 제게 ‘참 좋은 엄마다’, ‘부럽다’는 댓글을 다세요. 대부분의 엄마들이 새로운 곳을 많이 다니고, 체험을 많이하면 아이에게 좋을거라고 생각하시는것 같아요. 그걸 해주는 엄마는 좋은 엄마고요. 저 엄마는 이렇게 하는데, 나는 못해 하며 자괴감을 느끼는 분들도 있어요.

저는 물론 좋은 엄마가 되려고 노력해요. 하지만 밖으로 데리고 다니는 것만으로 좋은 엄마가 되는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엄마들도 좋아하는 것, 잘하는 것이 다르고 꼭 밖에 나가지 않고 집에 있어도 아이와 함께 할 수 있는 것들은 정말 많거든요.


주변에서 성조는 이렇게 좋은 경험을 많이 하는데 나중에 커서 뭐가 될지 궁금하다는 얘기를 종종 들어요. 그럴땐 부담스럽기도 해요. 저도 가끔 착각을 할 때도 있어요. 지능검사라는걸 했었는데 모든면에 뛰어나다는 결과가 나왔었거든요. 하지만 성조는 한글을 몇년 동안이나 배우고 있는데도 아직 읽는것도 잘 못하고, 다른 아이들보다 더 창의적이거나 특별한 면이 보이지도 않아요. 우리 아이는 정말 평범해요. 우리가 이렇게 경험하고 체험하는 것이 꼭 학습적으로 연결되는 건 아니잖아요. 그런걸 기대하고 하는 것도 아니고요. 저는 그저 아이와 놀러다니는 것을 좋아할 뿐이에요.




나는 성조엄마입니다

저는 성조에게 자기를 항상 사랑스런 눈으로 바라봐주는 ‘내 편’ 이고 싶어요. 고지식하지 않아 대화가 잘 통해서 비밀 같은거 없는 사이요. 그리고 성조에게 기대지 않고 혼자서도 잘하는 엄마, 독립적인 엄마가 되고 싶어요.



인터뷰를 마치며


김현주라는 이름보다 ‘성조엄마’로 불리는 것이 더 익숙해진 ‘엄마’로 살아온 시간. 하지만 아이를 사랑할수록, 아이와의 추억과 시간이 쌓이면 쌓일수록 아이를 품에서 떠나보내고 다시금 혼자 설 준비를 하는 것 역시 지금의 몫이라고 생각한다는 그녀.


아이가 더이상 엄마와 함께 시간을 보내주지 않을때 멍하니 뒷모습을 바라보고 서있지 않기 위해 씩씩하고 밝은 엄마가 되고 싶다는 그녀는 참으로 똑똑하단 생각이 들었다. 항상 아이에게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 부을 줄 아는 열정적인 이 엄마는 몇년 후에도 분명 같은 양의 열정으로 비워진 자리를 채우고 있을것 같다. 그때의 성조엄마도 꼭 다시 만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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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및정리 이나연

사진 이문선

사진제공 김현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