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비게이션을 연구하는 엄마, 김화수

아이들과 그렇게 놀러다니면 힘들지 않냐는 질문을 수도없이 받는다. 하지만 아이들과 제대로 놀아본 엄마들은 안다. 그 시간이 주는 특별한 위로와 회복의 힘을. 그 맛을 알면 매일매일 지는 해가 아쉽고, 부쩍부쩍 커가는 아이들이 아쉬워서 더 열심히 달려나갈 수밖에 없다는 것을.


리틀홈의 에디터 제이미님은 워킹맘이다. 그런데 이 엄마가 올리는 리뷰가 심상치 않다. 여기갔다 저기갔다 이동거리도 상당하고 새로운 장소와 체험을 찾아내는 능력이 남다르다. 분명히 일하는 엄마라 했는데 아이와 노는 폼과 에너지가 예사롭지 않다.

아이와 보내는 시간의 힘을 아는 엄마. 하늘이 말도 안되게 파랗고 맑던 가을날, 나는 이 엄마를 무조건 만나야했다.



Who

김화수, 36세. 5살 아들을 둔 프리랜서 영어강사. 동네에 ‘찬이 엄마는 재미있는 체험을 많이 알고 있다’는 소문이 돌 정도로 아이와 노는 방법을 찾아내는데 탁월한 능력자.

오랜 외국생활경험을 바탕으로 현재 유치원생부터 고등학생까지 못가르치는 연령이 없는 전천후 영어강사로 일하고 있다. 이 일을 선택한 이유는 내 아이를 더 잘 이해 할 수 있고 원할땐 언제든 아이와 시간을 보낼 수 있기 때문이었다. 4일 일하고 3일은 아들과 열정적으로 놀러다닌다. 덕분에 조금 더 바쁘고 힘들지만 이 시간이 나의 힐링타임이라고 신나게 이야기하며, 마음 내키면 언제라도 속초바다까지 내달릴 수 있는 따끈한 에너지가 가득한 엄마다.



Being mom

노는 육아의 시작


바쁜 남편, 오랜 유학생활로 쌓였던 피로들이 출산후 우울한 마음으로 몰려왔어요. 아이와 둘만 집에 있다보니 우울증은 더 깊어졌죠. 그래서 한달만에 일터로 복귀했어요. 나만의 시간이 생기니 스트레스는 점차 해소되기 시작했는데 이번엔 아이에게 미안해지더라구요.

그때부터 무작정 아이를 데리고 나가기 시작했어요. 처음엔 전시회 같은 곳을 데려갔는데 아이가 좋아하더라구요. 가면 갈수록 말도 잘 못하던 아이가 좋다는 표현을 많이 하는데 그 순간들이 너무 행복하고 특별했어요. 노는게 너무나 당연해진 찬이는 매일 '우리 어디가요?', '오늘은 뭐해요?' 물어요. 그래서 마음먹었죠.

‘그래? 그렇다면 내가 너의 기대에 끊임없이 부응해주겠어!’


우리 둘의 행복한 시간


어느날 친한 엄마들끼리 몰려 다니는 것이 아이에게 썩 좋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엄마가 수다로 시간을 보내는 동안 아이는 잘 맞지 않는 친구와 의미없이 시간을 보내는거더라고요. 여럿이 함께 다니면 다른 아이의 성향과 흥미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내 아이가 원하는만큼 충분한 시간을 갖고 놀기 어려워요. 그래서 아들과 단둘이서만 다니기 시작했어요. 오직 내 아이에게만 집중할 수 있으니 대화도 많아지고 사이도 더 좋아졌죠.




네비게이션을 듣는 엄마


도대체 어디서 그런 신기한 정보를 얻냐는 질문을 정말 많이 받아요. 제 팁은 시끄럽고 성가시긴하지만 네비게이션의 관광정보설명기능을 항상 켜고다니는거에요. 가는 길따라 주변 박물관, 유적지, 체험관 등 수없이 많은 정보가 나오는데 당장 가지 않더라도 머릿속에 담아두었다가 전화번호, 사진같은 추가정보를 검색해 찾아가요. 생각지않게 보석같은 곳을 발견할수도 있어요.

아이와 나들이를 할때 많은 엄마들이 소셜할인 리스트나 ‘아이와 갈만한 곳’같은 키워드를 검색해서 찾아가는데 그러면 뻔하고 사람이 많은 곳밖에 갈 수 없어요. 내 아이가 관심을 가질만한 주제를 키워드로 검색하는 것이 방법이에요. 예를 들어 아이가 밥을 잘 안먹는다면 쌀이나 벼를 검색해보는거죠. 열심히 뒤지면 작지만 알찬 진짜 체험들을 찾을 수 있어요. 저희는 곧 논에서 벼를 베서 탈곡하고 가마솥에 밥까지 지어먹고오는 ‘벼베기 체험’을 갈 예정이에요. 이것 때문에 가을을 얼마나 기다렸나 몰라요.


이 엄마의 교육법


저는 오전엔 유치원에서 영어를 가르쳐요. 시작은 내 아이의 발달수준이 어떻게 되나 알고 싶어서였어요. 내 아이를 뒤쳐지게 키우고 싶지 않은 마음에 유아테솔, 유아심리치료도 공부했어요. 하지만 아이를 키우면서 점점 생각이 달라졌어요.

공부를 잘한 사람은 회사원이 되고 학교를 중퇴하면 CEO가 된다잖아요. (웃음) 공부를 시키는 것보다 진짜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게 하는게 우선이에요.

제가 유학생활도 오래했고 영어선생이다 보니 주변에서 다들 제가 공부를 엄청 시킬거라고 생각하더라고요. 물론 공부에 관심은 아주 많아요. 아이를 놀이학교와 영어유치원, 어린이집 중 어디로 보낼까 고민을 엄청 하다가 어린이집을 보냈어요. 재미있게, 다르게 키워보자 생각했고 한글, 영어 어느것도 먼저 가르치지 않았어요. 하지만 때가 되니 아이가 배움에 갈증을 느끼더라고요. 그때 시작하니 한글도 빠르게 흡수하고 영어도 엄마처럼 얘기하고 싶다고 가르쳐달라고 먼저 이야기하더라고요. 지금은 알파벳도 다 인지하고 알파벳이 모이면 어떤 소리가 난다는것까지 스스로 알게 되었어요. 제가 앉혀놓고 영어를 시켰다면 오히려 싫어하게 되었을거에요.



책읽기도 체험도 깊게 


저는 전집으로 책을 사준적이 없어요. 한번씩 큰 서점에 가서 아이가 원하는 책으로 몇권 사줘요. 그리곤 두세달동안 그것만 읽게 합니다. 뮤지컬, 연극과 연관된 책을 자주 권하는편인데 아이가 여러번 반복해서 책을 읽어 내용을 완전히 숙지하게 되었을때 뮤지컬을 보러가면 정말 공연에 빠져들어요. 세세한것까지 기억하고 두고두고 이야기하고요.

정신과 의사들의 연구에 따르면 어린 아이들은 선택의 여지가 너무 많으면 불안을 느끼고 도리어 선택을 못하게 된다고해요. 반면 무언가를 깊게 파고들다보면 어느 순간 자기와 맞는 것과 아닌 것을 분명히 알게되는거죠. 저는 똑같은 체험을 세번 네번 간적이 많아요. 돈 아깝게 뭐하러 또 가나 싶었지만 아이가 너무너무 원해서 다시 가면 처음보다 더 재미있게, 다르게 놀더라고요. 아이와 체험을 갈때는 아이가 정말 좋아하는 것을 찾아주는 것, 그게 사진이 예쁘게 나오는 것보다 훨씬 더 중요해요.



My kid

공룡박사 을찬

우리 아들은 공룡을 정말 좋아해요. 아주 어릴때 악어쇼를 본 이후부터 딱딱한 등껍질을 가진 것을 좋아하기 시작해서는 온갖 공룡들에 집착하게 되었죠. 지금은 공룡의 소리나, 골반뼈만 보고도 무슨 공룡인지 나눌 수 있는 정도에요. 공룡을 보고싶어하는 아들 때문에 서울과 경기권에 공룡 피규어 하나라도 있는 곳이라면 박물관, 체험관, 심지어 공룡펜션까지 수십군데를 찾아다녔어요.

저는 새로운 곳에 적응하는 것을 너무 힘들어하는 사람이거든요. 그런 내가 키운 아이가 많은 경험을 하면서 새로운 것을  볼 때마다 좋아하고 무엇이든 적극적으로 해나가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잠을 못자더라도 밤새도록 서치를 해서 아이가 가고싶다는 곳을 찾아가요. 하면 할수록 저 역시 점점 재미있고 못 갈 곳이 없어졌어요. 그 덕분에 을찬이는 호기심이 많고 질문이 끊임이 없다는 얘기를 많이 들어요.



나를 더 나은 사람으로 여겨지게 하는 아이


다른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내 아이가 커가는 것을 보니 우리 아이가 굉장히 똑똑한 아이는 아닐지는 몰라도 창의적인 아이, 밝고 순수한 아이, 따뜻한 마음을 가진 아이로 내가 잘 키우고 있구나하는 생각이 들어요. 내 아이를 위해 시작한 일이었지만 차츰 가르치는 아이들을 대하는 태도도 달라지게 되었어요. 찬이를 통해 아이들을 더 잘 이해하고 소통할 수 있게 되었으니까요.

내 아이 때문에 내가 많이 성장했고, 아이 때문에 다른 사람이 나를 보는 시선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구요.




엄마와의 기억이 많은 아이


아이를 키우는 일은 힘들게 생각하면 너무 힘들지만 내 스트레스와 힘듦도 이 아이와 함께 해결해야지 생각하니 오히려 그 시간을 통해 많은 부분이 해소되고 아이와의 사이도 돈독해지는것 같아요.

우리 아이가 엄마랑은 항상 즐거웠다고 기억해 주었으면 좋겠어요. 친구들이나 만화영화, 장난감이 먼저인 아이가 아니라 사람과의 관계에서 좋았던 감정을 담을 수 있는 아이, 엄마와의 기억이 많은 아이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인터뷰를 마치며


‘그집 아이는 요즘 뭐 배워요?’

며칠전 아이 유치원 엄마에게 받은 급작스런 질문. 잠시 답을 찾느라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남들이 다 알정도로 자유로운 육아를 하고 있는듯 하지만 '오늘은 또 무얼하고 놀까'를 고민하는 한편에 '이렇게 놀기만 해도 되는걸까' 걱정스런 마음이 자꾸 고개를 드는 소심한 보통의 엄마이기 때문이다. 어쩌면 공부는 기본이고 놀기까지 잘하길 바라는 진짜 욕심쟁이 엄마인지도 모른다.

화수님과도 육아를 하며 우리 안에 끊임없는 고개를 드는 고민과 불안, 걱정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우린 그렇게 소신있고 대단한 엄마가 못 된다. 다만 지금은 내 아이와 노는 것이 너무 재미있고 행복해서, 아이들의 어린시절은 영원하지 않다는 것을 알기에  수 많은 고민과 선택들을 잠시 유보해놓고 있을 뿐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우리의 지금이 너무나 즐겁다는 것, 우리의 아이들이 아주 건강하게 자라고 있다는 것이다.

‘요즘 뭐 배워요?’ 대신 ‘오늘은 뭐하고 놀아요?’로 끝도 없이 대화를 이어갈 수 있는 엄마들과의 만남이 점점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그런 바람과 기대로 오늘도 우리는 열심히 놀러간다.




인터뷰/글 이나연

사진 이문선

사진제공 김화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