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눈에서 빛을 찾는 엄마, 최예빈

날이 추워 바깥놀이가 어려워지니 육아는 그야말로 버티기 국면에 접어들었다. 그런데 리틀홈에 '집에서 아이와 즐겁게 노는 법 (그것도 창의적으로)'을 자신 있게 공개하는 yevyev님의 글을 보고 있으니 이 엄마가 궁금해질 수밖에. 그렇게 인터뷰를 하겠다고 일산까지 먼 길을 달려갔건만 준비해 간 질문지는 꺼내보지도 못하고 3시간의 즐겁고 긴 수다만 떨고 왔다. 

미술을 전공했고, 조금 예민한 아이를 키운다는 공감으로부터 시작한 우리의 육아 이야기는 이대로도 충분히 괜찮다고 서로를 토닥여주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이어졌다. '육아란 마음을 비우는 것'이라고 말문을 연 예빈님과의 인터뷰는 아이에 대한 깊은 고민과 노력, 애정의 확인이었다.



Who

최예빈, 37세. 일산에 살고 있는 4세, 5세 연년생 자매의 엄마.

미술을 전공해 활발한 전시 활동을 하던 작가였다. 지금은 육아로 잠시 활동을 접고 있지만 기회가 되는대로 일러스트 등을 하며 작업의 끈은 놓지 않으려 애쓰고 있다.

10년째 자신의 블로그를 운영 중이며, 첫아이 임신 때 40주 동안 올린 그림 육아일기를 통해 육아 동지들을 많이 만났다. 간단한 키워드 하나면 아이에 대한 웬만한 기억은 다 찾을 수 있어 블로그가 너무 좋다고 말하는 그녀는 이 외에도 때마다 아이들의 사진을 편집해서 포토북을 만들고, 아이들과 한 놀이와 추억까지 꼼꼼히 노트에 적어놓는 기록광이다.






Being mom


육아란 마음을 비우는 것


우리 아이들은 새로운 곳에 가는 것을 별로 즐기지 않아요. 사람 많은 것도 너무 싫어하고 자주 본 사이라도 인사도 제대로 못해요. 이런 성향을 알면서도 남들 다 한다니까 큰 마음 먹고 좋다는 체험 수업에 데려 갔다가 아무것도 안하고 돌아오는 경험을 몇 번이나 했어요. 그 후에 마음을 비우기로 마음먹었어요. 어떤 엄마들은 아이가 적응할 때까지 계속 밀어붙이면 된다고 하지만 저희 아이들에겐 맞지 않는 방법인 것 같아요.

그래서 주말이라고 꼭 어디 나들이 가려고 애쓰지도 않고 집에서 놀 수 있는 방법을 마련해둬요. 연년생 자매이고 둘이 친해서 조금만 도와주면 굉장히 잘 놀거든요. 집에서 3일 내내 한 발짝도 나가지 않아도 나가자고 조르는 일도 없고요. 오히려 엄마가 애들한테 나가자고 조를 때도 있어요. 그리고 남의 집에 놀러 가지 못하는 대신 종종 친구들을 우리 집에 초대해서 함께 놀아요. 여럿이 해야 더 재밌는 것도 있고, 저도 친구 만나는 것이 즐거우니까요.

저는 무엇이든 우리 아이에게 맞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아무리 좋다는 것도 우리 아이가 싫어하면 말짱 헛것인데 의외로 이 단순 명료한 사실을 받아들이기가 쉽지만은 않더군요. 육아에 답이 있다면 엄마가 마음을 비우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나의 유년, 그리고 나의 육아


임신했을 때부터 나의 어릴 때를 많이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어린 나에게 상처되었던 일을 나의 아이에게 반복하지 않으려고 노력하죠. 우리가 어려서 엄마에게 화내고 대들 때 내 나름대로는 다 이유가 있었잖아요. 우리 아이를 이해해야 할 때 그 마음을 생각하고 아이 입장에서 헤아려주려고 해요.

어떤 분들은 엄마가 너무 받아주고 착해서 아이가 도리어 불안할 수 있다고도 하시던데 전 저만큼 내 아이를 잘 아는 사람은 없다고 자신해요. 그래서 제가 옳다고 생각하는 방법으로 키우고 있어요. 순간순간 고민은 또 되지만 그때도 아이의 입장에서 해결하려고 하죠.



얘기를 잘 들어주는 엄마

제 육아의 목표에요. 제 어릴 적 기억에 엄마가 너무 바빠서 얘기를 안 들어 준 것이 가장 서운하게 남아있거든요. 특히 큰애는 자기 안의 이야기가 많은 아이라서 귀 기울여주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늘 아이들의 이야기를 궁금해하고 들어주려고 노력해요.

그런 노력으로 저는 자기 전에 그날그날 있었던 일이나 읽은 책 내용을 섞어서 우리 아이들이랑 아이들이 좋아하는 인형을 주인공으로 한 이야기를 해줘요. 그리고 나서 아이들도 차례대로 이야기를 하게해요. 아이들이 성장함에 따라 이야기가 점점 발전하는 것을 보면 참 신기하고 재미있어요.

큰 아이의 이야기에는 반전이 있어서 너무 재미있고, 둘째 아이는 더 어렸기 때문에 ' 옛날 옛날에 토끼가 살았어요. 돼지도 살았어요. 끝' 하던 거에서 점점 살이 붙어가는 걸 보니 참 대견하고요. 불 끄고 나서 잠들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단점이 있긴 하지만 아이들도 즐거워하고 스토리텔링 능력을 향상시켜주지 않을까 싶어서 늘 하는 놀이에요. 무엇보다 아이가 무엇에 대해 생각하고 있는지 속마음도 알 수 있고요. 준비할 것도 없고 어려운 것도 아니니 꼭 해보시라고 권하고 싶어요.



집에서 놀기 전문가


저희 아이들의 성향 때문에 집에서 노는 방법을 많이 생각할 수밖에 없었어요. 저처럼 집에서 놀아주고 싶은 엄마들에게 하고픈 말이 있다면 집에서 하는 미술놀이, 요리놀이를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않으셨으면 좋겠다는 거에요. 엄마표 어쩌고 하면 막 코팅 기계랑 프린터기 사야 할 것 같고, 물감놀이 한번 하려면 집이 초토화될 것 같아 부담스러운데 저희 아이들이 좀 얌전해서 그런 면도 있겠지만 엄마표가 대단히 거창할 필요도 없고, 생각만큼 난리가 나지도 않더라고요.

뭔가 준비를 많이 해야 하고 대단한 결과물을 원한다면 엄마가 준비하다가 벌써 지치게 되는 것 같아요. 저희 친정엄마가 진짜 전문가신데 아무 준비 없이 주변에 있는 것만으로 너무 잘 놀아주세요. 제 블로그에 '외할머니 놀이' 카테고리가 따로 있을 정도에요. 귤 먹다가 귤 껍질로 무언가를 만들어내신다든지, 베개로 인형을 만들어 주신 다던지 하는 것들인데 그걸 보면 준비보다도 엄마의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거구나 느끼게 돼요.



나만의 놀이 노하우

아이랑 노는 것이 결코 어렵지 않다는 걸 알리고 싶어요. 그래서 리틀홈에도 블로그에도 그런 취지로 글을 올리는 거고요.

저는 재료를 다양하게 구비해놓고 그때그때 기분에 따라 즉흥적으로 뭔가 하게 해주곤 해요. 간단하면서도 아이들이 좋아할 요소를 첨부하려고 애쓰지요.

팬케이크를 구워서 쿠키틀로 찍어 모양을 내서 먹게 한다던지, 거창하게 베이킹을 하지 않더라도 쿠키믹스나 냉동생지를 이용해 아이와 간단하게 베이킹을 해본다던지 하는 식으로요. 정말 보잘것없는 결과물이 나오더라도 아이들이 그 과정에서 즐거웠으면 됐다고 생각해요. 가끔 엄마표 미술놀이라고 블로그 등에 올라오는 것을 보면 너무 예뻐서 도대체 아이가 뭘 했는지 모르겠는 것도 종종 있더라고요. 저는 아이의 작품에 손대지 않기 위해서 ' 원래 의도한 바'는 그냥 제가 따로 만들어봐요. (웃음)

그리고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서 미술놀이 책을 다양하게 읽어봐요. 해외자료도 찾아보고요. 하나하나 기억하지는 못해도 다양하게 봐두면 문득 생각이 나더라고요.



My kids

큰 딸 윤하

윤하는 정말 특별해요. 사차원이라고들 하죠. (웃음) 윤하는 창의력이 좋은 것 같아요. 그걸 어떻게 살려줘야 할지 고민이 많네요. 좋게 말해 창의력인데 어찌 보면 남이 하라는 거 절대 하기 싫어하는 어려운 성격의 소유자에요. 뭐 하나 하려면 참 어렵지요. 1년씩 기다려줘야 하기도 하고, 곱지 않은 시선을 받기도 해요. 하지만 일반적이지 않은 시각으로 사물을 볼 때가 있어서 재미있어요. 그림 그리는 것도 너무 좋아하고요 이야기도 참 잘해요.



둘째 딸 린하


린하는 매력덩어리에요. 뭘 해도 코믹한 매력이 넘쳐요. 말도 참 잘하는데 내뱉는 말들이 너무 재미있고 목소리 톤 자체가 독특해요. 둘째라서 그런지 울어도 예뻐요. 요즘은 언니 따라쟁이라서 언니의 행동, 말 등을 그대로 다 따라 하는데 그러면서 배우는 것도 참 많은 것 같아요.



눈이 빛나는 아이들

아이들의 눈이 빛날 때가 있어요. 저는 그 순간을 놓치지 않아야겠다고 마음먹었어요. 윤하는 만들기를 할 때 특히 눈이 빛나면서 설레해요. 기대하고 상기되는 게 보여요. 그걸 위해서 조금은 성가실 수도 있는 엄마표 놀이도 즐겁게 준비하게 되는 것 같아요. 아이에게 관심을 기울이고 아이의 눈이 더 빛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엄마로서 제 역할이자 기쁨이라 생각해요.



인터뷰를 마치며


아이에게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엄마는 없다. 하지만 그 관심을 통해 내 아이의 잘난 부분을 찾고 내보이기는 쉽지만, 내 아이의 부족한 부분을 보고 엄마의 욕심을 내려놓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아이에 대한 바른 관심이란, 아이를 성장시키는 건강한 고민이란 그런 것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조금 느린 듯, 다른듯한 구석이 훗날 내 아이의 매력과 힘이 되어줄 것이라는 믿음이 없다면 불가능한 행보라는 것을 알기에 예빈님과의 인터뷰는 단순히 질문과 답을 주고받는 것이 아니라 공감과 맞장구가 오가는 진한 수다가 될 수밖에 없었다. 수십 권의 육아 서적을 읽는 것이 아니라 내 아이의 눈이 반짝이는 순간을 찾는 것에 육아의 해답이 있다는 예빈님의 소신 있는 육아를 진심으로 응원한다.









기획, 인터뷰/ 이나연

사진/ 이문선

글,수정/ 이나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