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에 육아를 담는 아빠, 심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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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별한 아빠란 어떤 아빠 일까. 다른 아빠들 보다 좀 더 특별한 재능을 지닌 아빠? 아니면 누구보다 경제적으로 탄탄한 아빠? 그것도 아니면 늘 특별한 이벤트를 준비하는 아빠일까? 물론 세 경우 다 특별해 보인다. 특별함을 무엇 하나로 정의 내릴 수 없으니 말이다. 하지만 한가지 분명한 것은 아이의 입장에서 아빠의 특별함을 느끼고 소중히 간직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오늘 리틀홈은 먼 훗날 고스란히 자신의 이야기가 담긴 웹툰을 아이에게 선물하고 싶다는 아주 특별한 아빠를 만나고 왔다. 쪽잠을 자며 바쁜 직장생활 중에도 육아 웹툰을 그리는 아빠, 심재원 님이다.



WHO

심재원, 그는 성북동에 살고 있는 2살 이든이의 아빠.

어릴 적부터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해 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하였고, 졸업 후 광고 분야에서 10년째 일하고 있다. 그는 아이와 함께 한 이야기들을 한 장의 웹툰에 담고 있는 작가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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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읽기

 저는 가끔씩 시를 읽곤 하는데 다양한 영감을 받게 돼요. 특히 시인들의 다양한 관점이 담긴 시를 통해 ‘이런 관점에서 생각할 수도 있구나’라며 많은 자극을 받게 됩니다. 김남주 시인, 김용택 시인의 시를 좋아하는데 짧은 문장 속에 많은 이야기를 담는 시인들의 작품에서 많은 것들을 배우고 있습니다.



숲길 산책

 대부분의 아빠들이 일을 하느라 아이들과 보내는 시간이 별로 없는 듯해요. 저 역시도 그런 편이라 늘 아쉽습니다. 그래서 함께 할 수 있는 날이면 아들과 모든 시간을 보내려고 해요. 아직 아빠의 이야기를 다 이해할 수는 없겠지만 아들과 산책을 할 때면 도란도란 이야기를 해주고 있어요. 산책을 다녀오고 나면 아이와 가족 모두 정서적으로 안정도 되고 그날 하루를 보내는데 큰 도움이 돼요. 그래서 주말이면 집 근처에 있는 창경궁과 숲길로 산책을 나가려고 하고 있어요. 이사 전에는 양재동 쪽에 살았었는데 그때는 양재시민의 숲에 자주 갔었답니다. 양재천 산책로 역시 좋은 카페도 많고 아이와 산책하기에 매우 좋은 곳이랍니다.



맛집 탐방


 제가 햄버거를 참 좋아해요. 그 중에 으뜸가는 집을 꼽으라면 서래마을에 있는 ‘브루클린 더 버거 조인트’요. 정말 맛있습니다. (웃음) 그 밖에도 압구정 갤러리아 백화점 지하에 맛있는 음식들이 매우 많아요. 그리고 이태원에 ‘아그라’라고 하는 인도 레스토랑의 커리도 맛있고,  과천에 있는 '마이알레' 는 자연 속에서 가족들과 홈메이드 브런치를 즐기기에 너무 좋은 곳입니다. 음식을 먹고 주변을 산책할 수 있는 호사를 누릴 수도 있어요. 제가 한식도 좋아하는데 성북동에 ‘무명식당’이  밥도 맛있고 찬이 깔끔합니다. 그런데 한식집은 보통  아이 의자가 별로 없어서 아이와 함께 가기가 힘드네요. 아이가 태어나니 아이와 함께 가기 좋은 식당을 선호하게 되더라고요. 



기록하기 그리고 ‘그림에.다’

 보통 웹툰의 아이디어들은 제가 해놓은 기록에서 많이 나와요. 그래서 평소에 제 모든 일상을 아이패드와 아이폰에 기록하고 있습니다. 좋은 아이디어나 정보도 있으면 늘 적어 놓고 필요할 때 다시 꺼내보고 있어요.

 웹툰 ‘그림에.다’의 메인은 페이스북인데 최근에는 엄마들이 많이 하는 블로그도 시작했습니다. 블로그에는 비하인드스토리와 좀 더 라이브한 이야기들을 포스팅 하려고 합니다. 인스타그램도 조만간 시작할 예정이고요. 가능한 한 다양한 채널로 많은 분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싶고 추후에는 책으로 출간하여 우리 아이에게 선물하고 싶습니다.





BEING DAD


적당한 거리에서 그냥 지켜보기


 이든이가 올해 8월에 돌이었으니 육아를 시작한 지 1년이 조금 넘었네요. 제가 마음속으로 늘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빠로서 묵묵히 지켜보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입니다. 아빠를 위한 육아서 중에 요시모토쇼코의 ‘아빠의 말’이라는 책이 있습니다. 그 안에 ‘적당한 거리에서 그냥 지켜보라’라는 문구가 있는데 제가 생각하는 육아 철학과 딱 맞는 듯합니다. 저도 아이에게 기준을 주는 것이 아니라 아이 스스로 하고 싶은 것을 하도록 기회를 주되 선택을 강요하고 싶지 않아요. 어떻게 보면 조금은 방관하며 키우는 거죠. 너무 잘못된 길로 가지만 않는다면 시행착오도 아이 스스로 겪고 깨달으면서 본인의 삶을 살도록 그렇게 키우고 싶습니다. 



관찰하는 아빠

웹툰을 그리고 나서부터 전보다 아이의 모든 행동들을 그냥 지나치지 않게 되더라고요. 사소한 행동도 관찰하고 의미를 찾게 돼요. 그리고 그 상황을 재해석하고 공감할 수 있는 포인트를 찾아내면서 휴머니스트적인 마인드도 가지게 되는 것 같네요. 오히려 웹툰 덕에 제가 더욱 좋은 아빠가 되는 것 같습니다. (하하)



ABOUT 그림에.다



그림에. 다’ 의 시작

 어려서부터 그림 그리기와 만화 보는 것을 좋아했어요. 미대를 졸업한 이후에 광고 회사를 다니면서 바쁘게 지내다 보니 어느새 제가 좋아했던 것들을 많이 잊고 살고 있더라고요. ‘다시 내가 좋아하는 그림을 그려 봐야겠다’라고 생각했고 처음에는 제가 소속된 광고 회사의 이야기를 담아보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많은 분들이 공감되는 스토리를 찾기가 힘들더라고요. 그쯤에 이든이가 태어났고 육아 휴직을 2달 반 정도 하게 되었는데 집에서 아이를 돌보면서 순간 떠올랐어요. 육아를 그림에 담아야겠다! 라고요. 그때부터 아이의 모습에서 스토리가 연상되면 사진을 찍고 기록을 했습니다.

 지금 보통 웹툰 하나를 그리는데 15분~ 20분 정도 소요가 돼요. 광고 회사에서 카피를 쓰고 광고를 제작했던 경험들이 많은 도움이 되더라고요. 정해져 있는 짧은 순간에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전달해야 하는 부분이 비슷해서 인가 봅니다.

 웹툰의 모든 내용들은 아이와 함께 하는 순간과 아이가 계속 성장하는 시간들이거든요. 제가 아이를 보고 있을 때에는 아이를 보느라 정신이 없어서 기록하기가 힘들기 때문에 그림과 상황에 대한 스케치는 장모님이 아이를 봐주시거나 와이프가 아이를 보고 있는 상황들이 주가 되고 있습니다.





서로에게 위로가 되어


 많은 엄마 아빠들의 페이스북 댓글과 '좋아요'가 저에게 큰 힘이 되고 있습니다. 제 입장에서는 저의 소소한 일상을 그렸을 뿐인데 독자분들이 동질감을 느끼셔서 많은 위안을 받으신다고 하시더라고요. 그 말씀들이 제게 다시 부메랑처럼 돌아와 제가 꾸준히 웹툰을 그릴 수 있는 원동력이 되고 있습니다. 저도 위안을 드릴 수 있어서 기쁘고 저 또한 위로를 받아서 기뻐요. 앞으로도 현실적이고 직접 경험한 육아 이야기들로 꾸준히 연재할 생각입니다.


아들 챙기느라 늘 끼니를 놓친다. 그런데 살찐다.

[ 아이러니 ]



시간 날 때먹어 두는게 육아의 기본.

[ 또 ... 폭.풍.흡.입. ]



단 한 장의 이야기

 웹툰 한 장에 모든 이야기가 들어가기 때문에 최대한 미니멀하게 그림을 그리고 있습니다. 색상도 많이 넣지 않고요. ‘그림에.다’ 는 청록색이 메인입니다. 제가 옥색을 좋아하기도 하고 처음 웹툰을 시작할 때 아이가 마침 청록색 옷을 입고 있어서 청록색으로 정하게 되었죠. 거기에 웹툰마다 한두 개 정도의 색만 추가하고 있어요. 그리고 웹툰에 나오는 얼굴에는 눈, 코, 입이 없는데 그 이유는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본인의 감정과 상황을 이입하여 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함입니다. 가끔은 독자분들이 제 의도와는 다른 해석을 하셔서 종종 오해가 생기기도 하지만 열린 해석을 통한 하나의 재미요소라고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아이는 부모의 뒷모습을 보고 자란다.



아내와 나의

[ 거울 ]




MY KID

호기심이 많은 아이, 이든이

 요새 우리 이든이는 호기심이 점점 많아지고 있어요. 세상 모든 것들이 신기한가 봅니다. 지금은 구강기라 그런지 호기심이 가는 모든 것들을 입에 넣고 있네요. 이를 보고 저는 [기승전 – 혀]라는 웹툰을 그렸답니다. (웃음)

 그리고 요새 보면 행동과 캐릭터가 점점 엄마를 닮아가는 듯해요. 조심성 많은 엄마를 닮아서 의자에서 내려올 때에도 올라간 방식 그대로 뒤로 천천히 내려오곤 하죠. 출장을 다녀오거나 야근이 있어서 밖에서 일하고 집에 들어와 이든이를 안고 있으면 스트레스가 다 풀린답니다.


입으로 배운다

[기승전 - 혀]



지친 하루를 치유하는 아빠의 대일밴드.

[교감 ,클로즈업]


관심과 노력

저는 가족의 삶을 잘 꾸리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서로에 대한 관심이라고 생각합니다. 서로 익숙해지면서 당연하다고 느끼기 때문에 관심이 줄어들게 되죠. 이를 의식적으로 가족 구성원 모두가 노력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더욱 관심을 가져주고 함께 하는 시간을 많이 가져야 하죠.



인터뷰를 마치며


 아이로 인해 아빠는 본인이 다시 좋아하는 일을 시작했고 아이가 성장하는 매 순간은 좋은 웹툰의 소재가 되어 아빠에게 선물처럼 안겨진다. 평범한 부모가 특별해 지는 건 결국 너무나 특별한 우리 아이로 인함이다. 아이가 준 선물을 멋진 책으로 남겨 다시 선물하고 싶다는 재원님뿐 아니라 이 세상의 모든 엄마 아빠의 마음속에는 내 아이가 주인공인 멋진 그림들이 차곡차곡 쌓여있을 것이다. 어느 보통 날을 특별한 날로 만들어주는 마술사 같은 우리 아이들의 이야기가 말이다.  







기획, 인터뷰/ 김지혜

사진/ 이문선

글, 수정/ 김지혜





재원님의 '그림에. 다'  다른 웹툰이 궁금하시다면https://www.facebook.com/Grimed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