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의 엄마’라는 이름으로, 강유선

 그녀를 만나러 가는 길, 모퉁이를 돌아서자마자 갑작스럽게 비가 쏟아졌다. 하나밖에 없는 우산 아래 어깨를 맞대고 총총 걸음으로 약속 장소에 바삐 들어서니 언제 그랬냐는 듯이 비가 멈췄다. 바로 옆 선릉에서 풍겨오는 흙 냄새가 짙다. 빌딩으로 둘러싸인 도심 한가운데에서 나무와 흙을 가까이 두고 산다는 건 참 행운이다. 오늘 만나는 인터뷰이도 그와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입시 교육의 광풍이 부는 강남의 한복판에서 아이들이 숨 쉴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두고 사는 조금 특별한 엄마를 만났다.



WHO


 강유선, 17살 아들과 14살, 13살 두 딸까지 믿기지 않는 외모로 세 아이를 둔 엄마.

여느 부모와 같이 아이들 교육에 관심이 많지만, 남편과 합의한 교육관을 굳세게 밀고 나가며 강남 한복판에서 사교육을 전혀 시키지 않고도 세 아이를 똑똑한 아이로 키워냈다. 아이들이 스스로 선택하게 하고 항상 소통하는 엄마 덕분에 사춘기인 아이들과 큰 갈등 없이 지내고 있다.


BEING MOM


세 아이의 엄마


 아이를 많이 낳은 이유나 계기는 없어요. 그저 자연스러운 것에 따라 가다 보니 그렇게 됐어요. 결혼하며 시아버님을 모시고 살게 되었고,아이를 낳아 함께 키우게 되었죠. 대가족의 장점을 많이 누리고 살았어요. 아이가 많아도 가족이 많으니 숨 쉬어야 할 때 놀 수 있었고, 선을 넘지 않는 한에서 필요로 하는 것들이 충족되더라고요. 자연스럽게 ‘선택’하니 모든 게 주어졌어요.


부부의 교육관


 셋째까지 낳고 보니 큰 아이에겐 케어와 교육이 필요한 시기가 되었어요. 남편과 상의하여 어떤 면에 중점을 두어야 하나 고민했죠. 저희 부부는 고민 끝에 남들이 다 한다고 따라 하지 말자는 것에 합의했어요. 이게 중요했던 것 같아요. 부부관계에서 양육에 대해 구체적인 주제로 대화하고 합일하니 이견 없이 잘 키워내는 데에 뜻이 맞춰지더라고요. 대부분의 엄마가 아이를 키울 때 우리 아이가 안 뒤처지나, 이번엔 또 어떤 학원에 보내야 하나 고민해요. 하지만 그런 두려움, 고민에 휩싸이지 않으니 삶이 행복해졌어요.


기대 안하는 엄마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도 매번, 매 주기마다 고민하죠. 보통 3-4개월에 한 번., 시험 주기죠. (웃음) 시험이 끝난 뒤보다는 준비하면서 고민을 많이 해요. 하지만 꼭 필요한 순간, 가족 모두가 합의하지 않는 한 학원에는 보내지 않겠다고 생각하며 마음을 다잡으니 고민의 순간들을 넘길 수 있었어요.

아이들은 투자한 만큼 나오긴 해요. 무시할 수 없죠. 그러나 과연 그 투자를 어떤 의미의 투자라 생각하느냐 하는 마음가짐이 육아에서 가장 중요해요. 어느 부모든 내가 너한테 이만큼 하는데 너도 어느 정도는 해줘야 하지 않겠느냐 생각하는데, 그 어느 정도라는 것이 최고 수준에 가 있다는 거죠. 그래서 부모-자녀 간에 갈등이 생기고 아이들이 엇나가는 기초가 되는 것 같아요. 저희는 아무것도 해주지 않기 때문에 기대치가 없어서 무얼 해도 잘했다고 할 수 있고, 감사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아이가 해오는 모든 것에 잘했다고 해줄 수 있죠.



MY KID


서로 책 읽어주는 아이들


 옛날부터 첫째가 둘째에게 책을 읽어주었어요. 조금 커서는 시키지 않아도 둘째가 셋째에게 책을 읽어주더라고요. 근데 그게 너무너무 도움이 되요. 누구한테 책을 읽어준다는 것, 누구한테 내가 아는 걸 가르쳐 주는 게 사실은 제일 좋은 학습이에요. 우연히 시작한 게 너무 좋은 결과를 맺었던 것 같아요.

사춘기 나이 대에 몰려있는 아이들이다 보니 주로 생활태도 부분에서 갈등이 일어나기도 하죠. 예를 들면 아침 일찍 못 일어난다던가, 방을 잘 치우지 않았을 때요. 아이가 할 수 있는 만큼 하겠다고 약속하고, 그건 지키자 서로 동의해도 항상 지킬 수 있는 건 아니잖아요. 그랬을 때 약간의 제재가 가해지는 거죠.


강남에서 학원 안 가는 아이


 큰 아이가 중학교 입학할 때 불안이 극도에 달해 대치동 학원가를 샅샅이 뒤져 보낼까도 심각하게 고민했었어요. 어느 학원을 가도 다 오라고 하죠, 당연히. 그 동안 잘해왔으니 이제 학원에 맡기라고 했어요. 근데 무조건 보내야 한다고 하는 게 마음에 안 와 닿았어요. 당위성이 느껴지지 않았죠. 그러고 나서 본 첫 중간고사, 다행히 나쁘지 않았어요. 그저 아이에게 네가 한 대로 실력을 평가해보라는 생각이었는데 굉장히 잘했어요. 본인도 뿌듯해했죠. 자기 프라이드도 생기고. 아이 스스로도 나 혼자서 할 수 있다는 마음이 뿌리 박힌 것 같아요.

실제로 엄마들이 받는 정보는 학원 정보에요. 근데 학원정보도 학원이 운영되기 위한 정보일 수밖에 없어요. 학원도 사업이니까요. 그들이 살기 위해 가장 필요한 걸 아이들과 접목시켜 교집합을 찾아내는 게 학원의 역할이에요. 근데 그게 결국 최고로 내 아이를 위한 것인가는, 아니라는 거죠.



Needs & Wants


엄마와 여자 사이


 아이를 키우며 한번씩 더 늦으면 다시는 뭔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것 같아요. 그래서 막 이것저것 찾았어요. 하지만 선택을 위해서는 판단이 필요하잖아요.내가 육아, 일, 그리고 경제적인 부분을 다 놓고 보았을 때 뭔가 얻는 게 있어야 “맞아!”하면서 선택하게 되는데 매번아니다 싶어서 포기했었죠.

그런데 아버님께서 돌아가시고 지난 6개월이 저에게는 큰 변화가 있었던 때였고, 이제는 정말 뭔가를 해볼까 생각해보게 되었어요. 무얼 해도 되겠다는 확신이 드네요.


내 아이들과의 미래

 그게 제일 어려워요. 항상 저는 찾아가는 중이라고 생각해요. 행복한 삶, 어렵죠. 사람마다 다 다르기 때문에 후회하지 않게 살아가는 방법을 찾아야 하고요. 근데 길은 마흔이 넘어서도 열려있더라고요. 그러니 아이들에게 재촉할 필요가 없는 거죠.

하지만 아이들에게도 인생은 각자의 것이라는 것을 알려주며 책임감을 가지게 하려면 지금 나의 의무에 충실하게 살 때, 그리고 지금 무엇을 해야 하는지 생각하고 결정하는 것을 가르쳐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육아선배가 초보엄마들에게

 아이들이 아주 어린 시기만 지나면 누군가 봐주기만 하면 잘 노는 시기가 와요. 그런데 기다리지 못하고 힘들뿐이죠. 또,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가 있는 엄마들은 어떤 커뮤니티에 끼지 못했다고 힘들어 할 수 있어요. 하지만 그거 정말 잠깐이에요. 저학년이 지나면 아이들은 더 이상 엄마의 커뮤니티와는 상관없이 학원레벨과 성적에 따라 나뉘어요. 비슷하게 시작한 아이들이 2-3년만 지나도 차이가 뚜렷해지니 그런 모임이 오래 지속되지 못하는 이유죠.

엄마들이 아이를 키우며 내 삶의 목표가 무엇인지 생각해보는 게 도움이 될 것 같아요. 사람마다 다르겠죠. 하지만 엄마가 아무 목표 없이 사는 거랑 무엇을 바라보고 사느냐를 아는 것은 굉장히 다른 것 같아요. 무엇보다 엄마가 즐거워야 하고요, 그게 바람직하고요!


인터뷰를 마치며

 오랜만에 친한 언니를 만난 듯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이야기를 나누다 마무리하려니 못내 아쉬웠다. 한편으론 빡빡한 빌딩 속 오아시스라는 이 선릉처럼 강남 속에서 이런 오아시스 같은 엄마를 만난 아이들이 내심 부러웠다.학구열이 뜨거운 강남 한복판에서 아이들은 믿어주는 엄마를 그늘 삼아 쨍쨍한 성적제일주의의 볕을 비껴나 학원을 뺑뺑이 돌며 살지 않고 있으니 말이다. 어쩌면 그녀의 아이들은 학원에 가지 않아서라기보다는 적당히 숨 쉴 틈을 열어두고 사는 법을 아는 엄마의 삶을 그대로 배워가고 있는 중일지도 모른다.








기획, 인터뷰 / 이다희

사진/ 이문선

글, 수정 /이현주